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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기

영화 라스트 레터 후기

by otarumoo 2021. 3. 8.

영화를 사랑하는 Otaru입니다. 지난주 월요일은 3/1절이었는데 공교롭게 일본영화를 보았네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라스트레터를 보았습니다.

영화를 본 형님이 이와이 슌지 영화 매니아여서 조금 실망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아 나는 매니아가 아니구나.. (사실 저는 영화 기대치는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먼저 생을 마감한 언니 대신에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언니의 죽음을 말하지 못하고 돌아온 동생.

(전체적인 틀은 접어두고 영화 자체로만 리뷰하겠습니다.) 그나마 동생은 영화 속에서 제법 괜찮은 삶을 삽니다. 학창시절 좋아하던 선배의 편지를 냉큼 가로채서 장난 쳤다가, 어쨌든 사랑고백도 하고 (차였지만)  어른이 되서도 자식들 잘 키우면서 나름 행복한 삶을 사는거죠. 워낙 언니가 불행한 삶을 살다가 가서 제가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시절 좋아하는 여자와 결국 대학시절 맺어졌지만 헤어진 뒤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

그녀를 모델로 한 소설을 써서 제법 명성을 얻지만 이후 작품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역할입니다. 그녀에 대한 마음은 알겠지만 저는 한편으로는 이 남자에게 글을 써낼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닌가 라고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리 변변치 않은 다른 남자에게 연인을 뺏겨버리고 후회 속에 사는 남자. 동창회에서 그녀의 동생을 만난 남자는 아닌 것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편지를 보냅니다.

라스트 레터 라는 영화제목처럼, 영화 속에서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도구의 사용이 최대한 배제되었습니다. 나름 매력적인 편지감성을, 느린 템포로 흘러가는 일본영화로 잘 녹여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실망하신 분들이 많은 이유는,,,, 감독의 전작들을 너무 깊게 알고 계셔서, 기대치가 많이 높아서 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놓고 보시면, 라스트 레터도 제법 소소한 즐거움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영화 초반에 엄마와 너무 닮았다 라고 하는 표현이 나옵니다. 히로세 스즈 / 모리 나나는 자매의 어릴적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면서 자매의 딸 역할도 수행합니다. 히로세 스즈랑 고마츠 나나를 헷갈렸던 저로서는 역시 아직 멀었구나 란 생각을... 혼자 했었습니다.

어느덧 중년의 아저씨가 되서 거의 조카뻘 되는 일본 여배우들의 귀여운 연기를 보니 참 좋았습니다. 잠깐이나마 등장하는 그들의 학창시절 연기라든가 두 배우가 함께 개를 데리고 뛰어 노는 모습이라거나,, 특유의 느린 흐름의 일본영화지만 참 삼촌웃음을 지으면서 영화를 본 것 같네요. 우연히 집에 온 죽은 엄마를 찾는 편지에 장난스럽게 답장을 써서 보내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 아저씨가 누구일까' 싶었을텐데 특유의 감성으로 잘 살려냅니다.

저 남자배우 이름을 까먹었는데, 학창시절 역할 장인(?)이라 해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분명 고만고만한 귀여운 동생이 바로 옆에서 호감을 표시하는데, 이 친구 눈치가 없는건지 아니면 언니한테 반해서인지 동생의 애정을 하나도 안 알아주는 점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이 먹어서도 한 여자만 바라보고 생각했다는 점이 투박한 남자의 모습을 잘 드러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학창시절 하면 누구에게나 "어설펐지만 돌아가고 싶은 시절"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요즘 쏟아지는 학교폭력 이야기를 보자면 그런게 아닐수도 있겠지만...) 졸업식날 발표 원고의 검토를 부탁하는 모습입니다. 글을 잘 쓴다는 설정으로 등장한 남자 주인공이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작품 하나 내고 나서 창작활동을 못했다는 점에서 작가로서 그리 좋은 자질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심파괴!!)

하나비(일본어로 불꽃놀이) 장면은 영화 라스트 레터에서 무게감이 있는 신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일본영화에서 빠지면 많이 섭섭한 느낌입니다. 금방 사그러드는 불꽃놀이의 모습처럼 짧지만 발게 빛나는 학창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워낙 좋은 작품으로 관객에게 익숙한 두 배우라 그런지 별 다른 모습도 아니지만 좋았던 장면이네요.

완전히 아저씨가 되버렸을까요. 예전에 러브레터를 보던 감성까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와이슌지 영화 특유의 잔잔하지만 기억에 남는 음악,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오고가는 편지의 모습 (언급은 안했지만 어느 노인들이 주고받는 편지 장면도 저는 좋았습니다.) 떠나버린 사람을 그리워 하는 순정남의 이야기, 그리고 귀여운 친구들이 뛰어 노는 영화 장면을 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팬들이라면 찾아 보실 작품이긴 합니다. 오히려 예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이 보신다면 분명 만족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 라스트레터 리뷰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